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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겨울은 지독히도 춥다

국뷔

형, 진짜 이렇게 나랑 끝낼 거예요?

어.

…….

왜, 안 돼?

아뇨, 그냥.... 좀 허무해서.



잡아 줘. 나 좀 제발 잡아 줘 정국아. 미안해. 너 없는 내 세상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걸.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나를 빈틈없이 껴안아 주면 안 될까. 정국아. 그러면 난 네 품에 안겨 사실 난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다고, 정말 난 너여야만 한다고 말하며 내 모든 걸 너에게 쏟아낼 테니까. 정국아, 제발.



밥 잘 챙겨서 먹어요.

…….

또 저 없다고 술 먹고 외박하고 그러지 말고요.

…….

아, 그리고 그 선배들.... 웬만하면 좀 피해다녀요. 이젠 제가 관여할 수도 없....

나 갈게 정국아. 두고 간 거 있으면, 그냥 버려 줘.

아, 네. 잘 가요 형.



 그냥 직접 찾아가라고 해 줘, 정국아. 그렇게라도 네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하니까. 네가 없음 죽을 것만 같은데. 미안해. 이기적인 나라서. 다시 한 번 나에게 다정하게 사랑한다고 말해 줘. 이별을 말하는 내 입술에 다시 한 번 입맞춰 줘. 정국아.



 그거 알아? 네 집에서 나오자마자 벽에 기대어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을 전부 쏟아냈어. 네게 들릴 게 뻔하니까, 네가 듣고 있을 게 뻔하니까. 유독 내 눈물엔 약했던 네가, 문을 열고 나와서 아까 일은 없었던 것처럼 다시 따뜻하게 날 안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. 근데, 야속하게도 넌 얼굴 한 번 내밀어 주지를 않더라. 듣고 있으면서. 내가 우는 거, 알고 있으면서. 울면서 네 집을 나와 찬 바람을 맞는데, 그냥 딱 죽고 싶었어. 네가 이젠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깝게 와닿아서. 그리고 이제 나에겐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날 서서히 조여와서. 네가 항상 감기 조심해야 한다며 내 목에 꼼꼼히 둘러주곤 했던 빨간색 목도리도, 같이 집에 가는 길에 손 꽉 붙잡고 앞뒤로 흔들며 지나가곤 했던 그 골목의 가로등 불빛도, 요리에는 영 소질이 없던 네가 내 생일 날 냄비를 태워가며 만들어 줬던 미역국도. 그리고 그 모든 것 안엔 나를 향해 웃고 있는 네가 있었지, 정국아. 하지만 이젠 아무것도 없구나. 너와 나의 시간도 언젠가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릴 것만 같아 무서워. 아니, 이미 너에겐 아무것도 아닌 걸까.

 정국아. 밖이 춥다. 숨을 내쉬면 뿌연 입김이 나와. 곧 첫눈이 올 것만 같아. 우리 같이 작년 첫눈 내린 날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, 기억해? 나 그거 일부러 거기 두고 왔어. 짐 정리할 때 눈에 밟혔지만, 애써 모른 척했어. 오랜 시간이 지나고 네가 그걸 발견했을 때 날 그리워하며 펑펑 울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. 하지만 이제 와 보니 그 사진, 아니 그 사진 속에 담긴 너와 나를 떠올리며 항상 베개에 얼굴을 묻는 건 나일 것 같다. 그게 내 손에 없음에도 말이야. 가지고 오는 게 더 나았을까.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. 이제 좀 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중일지도 몰라. 홀가분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을지도 몰라. 그래. 넌 그래야만 해. 나도 노력은 해 볼 테니까……. 아, 눈이 온다. 첫눈이야.


 올해도 너의 겨울은 따뜻하겠지. 나의 겨울은 여전히 지독히도 춥다, 정국아.

나의 기차역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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